"막차가 안와요! 갈아타는 차 시간이 기리기리(ぎりぎり)한데!!" 오늘은 제가 직접 겪은 이야기를 가지고 글을 포스팅 하려 합니다. 좀 재미있으니까, 끝까지 다 읽어 주세요~!!! (응?) 
때는 바야흐로 2010년 12월의 겨울같잖게 따뜻했던 어느 날의 저녁(길다!)..... 저는 간만에 친구를 만나 한잔을 하고 기분좋게 막차를 타려고 신오오쿠보(新大久保:JR야마노테선) 역의 플랫폼 위에 섰지요. 저는 이케부쿠로 역에서 다른 전철로 갈아타야 했기 때문에 일찌감치 나왔었고, 시간적으로도 여유가 있었습니다. 한 50분 정도? 막차시간 까지는 아직 여유여유~~!!!! 
전광판에 시각표시 좀 안되어있고, 계속 아나운스로 방송을 해대면 어때요, 뭐 금방오겠.......응?? 잠깐, 시각이 표시가 안되어있다면...이건....
"人身事故（じんしんじこ：열차에 사람이 뛰어들거나, 치어서 생기는 열차사고）??"
이거... 시간 좀 걸리겠군, 하지만 보통 인사사고의 경우에는 20분 이내에 해결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뭐, 그냥... 오케이, 기다려주지. 그정도 못 기다리면 뭐... 그래요, 한국인이라서 참을성이 없긴 하지만 집엔 가야하잖아요? 20만원돈 내고 택시타고 갈 순 없잖아요! (일본 택시비: 기본 710円, 기본구간 지나서 돈이 올라가는 속도는 상상을 초월)
갈아타는 곳에서 12시 44분 차를 타려면 적어도 12시 30분에는 야마노테센을 타야 되는데, 결국.... 12시 30분이 넘도록 야마노테센은 오지를 않더군요. 미치도록 갈등했습니다,
어쩔까.... 그냥 사무실에서 자고 내일 일 할것인가, 계속 기다릴 것인가!!!!!!!
결국 기다리기로......끝까지 가 보기로 했습니다. 만약 이케부쿠로에서 막차가 끊어졌다면 다시 신오오쿠보로 택시를 타고 오면 되니까요. 그리고 왠지, 일본이라는 나라가 그렇게 어설프게 뒷마무리를 할 거 같지 않았습니다. 일본을 믿고 JR을 믿고, 그리고 사철도 믿고! 기다렸습니다. 제가 갈아타는 노선의 사무실은 아무리 전화를 해도 안 받더군요, 불안했지만 기다렸습니다. 일본인 친구들에게 전화하니, 뭔가 대책을 세워 줄것이라며 기다리랍니다. 이 죽일놈의 오지랖!
1시가 가까워서야 열차운행이 재개되더군요. 첫번째 온 열차요? 순대같았어요, 속이 꽉 찬 순대.... 저는 돼지피 섞인 당면이 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조용히 문워크로 뒤로 물러났습니다. 많은 당면들이 순대가 되기 위해 밀고 들어가더군요. 항상 느끼는 거지만, 그렇게 꽉꽉 눌리면서도 비명지르거나 욕하는 사람 단 한명도 없어요......(놀라워)
두 번째 차가 왔습니다, 그리고 이케부쿠로에 도착하니 역시나, 제가 타야 할 열차는 입구가 닫혀 있더군요. 하긴 국철에서 사고가 난 건데 사철에서 책임 질 필요는 없지요. (나중에 알고보니 기다리다 결국 출발했다 하더군요) 그리고 어쩔 줄 몰라 역 안을 헤매는데 큰소리가 들리더라고요. 역무원들을 상대로 많은 사람들이 항의를 하고 있었습니다.
일본에서 항의하는 모습을 보는 건 거의 처음이기 때문에, 놀랐죠. 그렇게 항의하는 사람들 뒤에 가서 조용히 서 있었습니다. 30년간 살아오면서 터득한 지식, 이렇게 다수의 피해자에 속해 있는 경우에는 앞서 행동하는 사람의 바로 뒤에서 상황을 살피며 인상쓰고 서 있는 놈이 제일 득이다. 라는.... 영웅은 될 수 없을 지언정, 그렇다고 해서 포로가 되지는 않거든요. 홍익인간의 이념이죠(응????) 여튼 그러고 있자니, 역무원이 와서 안내를 하더군요....
그리고 역무원을 따라 간 곳에는....
끝이 보이지 않는 행렬... 이미 많은 사람이, 엄청난 수가 줄을 서고 있었습니다. 잘 보이지 않는 걸 억지로 눈 찌푸려서 확인했더니, 사철 두 개 라인을 구간을 나눠서 4개로 분리, 각 해당하는 역이 포함된 곳에 가서 서면 되는 거였죠. 역시 일본인... 줄 끝내주게 섭니다. 모두들 표정은 어두웠지만 그렇다고 해서, 막 날뛰는 사람도 없었고요. 그렇게 줄을 서서 있다가 휙! 하고 뒤를 돌아봤더니 어느새 뒤에도 앞 만큼 행렬이.....
금요일... 게다가 12월, 송년회가 이어지고 있을테고 금요일이며 월급도 받았을테니 다들 한잔씩 걸쳤을테지요. 사람들의 수는 상상을 초월하더군요. 역시 사이타마쪽에 사람들이 많이 살긴 하나봐요... 여튼 그런 상태로 계속 기다리고 있자니 조금씩 조금씩 사람이 줄기 시작하더라고요.
"아아... 열차를 하나 더 내나보다..."하고 생각했는데, 열차를 냈다고 하기에는 사람들 줄어드는 속도가 좀... 그래도 그냥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거의 1시간 여를 더 기다린 끝에 제 차례가 되었고, 역무원이 다가와서...
"어디까지 가시나요?"
"***역이요"
"네 알겠습니다, 따라오세요.."
세상에... 4명씩 팀을 짜서 택시를 태워 주더라고요. 택시를..... 그 비싼 택시비를 자기네들이 다 부담하고, 거기 있는 모든 사람들을 4명씩 짝을 지워서 보내주는데... 얼굴표정은 딱딱했지만 '아 짜증나'하는 표정은 한사람도 없었고 오히려 허리숙여 죄송하다고 인사를 하더라고요. 역시 대단하다, 이 인간들 무서워! 라는 생각이 뇌리를 스치더군요.
더 놀라웠던 사실은, 들어오는 택시들... 정말 꼬리에 꼬리를 물고 택시들이 들어오더군요. 이 많은 택시들을 어떻게 동원했나 싶을 정도로 택시들이 밀고 들어오더군요. 우리 순서가 되어서 같은 방향 사람들끼리 택시를 탔습니다. 그리고 운전기사한테 물어봤죠,
"정말 대단하네요, 어떻게 이렇게 많은 택시들이 동원이 되죠?"
"예, 무선으로 연락을 받았거든요.."
"오실 때 빈차로 오셔야 되지 않아요?"
"네, 사실은 오늘이 대목이라, 여기 오는 건 그리 기쁘진 않아요~ 그래도 어쩔 수 없죠"
그냥, 대단하다는 생각밖에 안 들더라고요. 부르는 사람이나, 오는 사람들이나.. 여튼 그렇게 무사히 집에 돌아왔습니다. 시간은 비록 새벽 3시 40분을 가리키고 있었지만... 그냥 감사하더군요. 끝까지 책임을 지고 손님들을 집까지 보내주는 그들의 태도에서 서비스 왕국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습니다.
<<결론!!>>
* 인사사고가 일어난 상태에서 막차가 오지 않을 경우, 끝까지 포기하지 말고 기다리세요.
* 같은 JR노선인 경우 막차가 기다려 줍니다.
* 다른 사철의 경우에는 무엇이든 대책을 세워 줄겁니다.
* 일본어를 못 알아 듣는 경우라도, 일단 역무원과 실랑이하는 현장에 가서 서 계세요.
저작권 : 일본유학의 달인 (저작권 문의 : 원장 김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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