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소문의 요리게시판인가요




아니, 뭐
그냥 매일 어쩐지 가슴 아픈
음식 사진들이 잔뜩 올라와서
그냥 ... 그냥 ... 심통부려봤어요 힝힝


1

제 분신과도 같은 (그냥 넘어가주세요 이런 표현) 자전거가 사망선고를 받고
실의에 빠져서 세상과 단절 ... 까지는 아니지만
아무튼 의기소침해있던 저는
결국 중고 자전거를 구입했죠

굉장히 평범한 빨간 자전거를 거래대상으로 점찍었으나
갑자기 등장한 보라색의 유혹에 저는 먼길을 마다하지 않고
아야세로 고고싱

신오오쿠보 - 니시닛포리 - 아야세
뭐 이런 코스입니다만
아무튼 구입하기로 한 보라색 자전거를 끌고 역에서 기다리고 계신건
굉장히 아리따운 여성분 어버버버
아무튼 그 분이 등록증이 없어서
영수증을 들고 그 분이 자전거 구입한 곳으로 가서
여차저차 명의변경을 하러 왔다
라고 하고 제 이름으로 명의변경을 하고

자, 문제는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방향치니까요
다행히 주머니에는 나침반이 있었습니다
아야세에서 신주쿠는 남서쪽
하늘은 언제나 나의 편 (이건 아무 의미없음)
남서쪽으로 대각선으로 쭉 가로질러 가야하는데
마음과는 다르게 남쪽으로만 내려가다가 갑자기 등장한 고속도로
고속도로 때문에 서쪽으로 갈 수가 없어서
허버버버버 안돼

아무튼 어제의 코스는

아야세 - 호리키리 - 요츠기 - 신코이와 - 히라이 - 카메이도
- 긴시쵸 - 료고쿠 - 아사쿠사바시 - 이와모토쵸 - 스에히로쵸 - 스이도바시
- 이이다바시 - 우시고메카구라자카 - 우시고메야나기쵸 - 카구라자카 - 와세다
- 타카다노바바 - 오오쿠보 - 신오오쿠보

결국 대각선으로 가자는 계획과는 달리 직각으로 달려버린 뭐.
무식하면 몸이 고생한다는 옛말이 있지만
저는 무식한건 아니고
아무튼 고생입니다
헤매고 헤매다보니 4시간 정도

아무튼 돌아와서
그 자전거 파신 아리따운 여성분 (알고보니 동갑이라서 친구하자고 메일주소를 교환했습니다)
에게 '무사히 도착하면 연락드릴게요'라고 했던 말이 생각나서
두근두근하면서 메일을 보냈고
답장이 왔고
그 다음 답장을 여차저차 굉장히 늦게 보냈더니
답장이 오질 않았습니다

그럼 이만


2

여기까지 읽는 것도 충분히 고생하셨으니까
이제 뒤로가기를 누르셔도 원망 안할게요
아직 쓸게 많거든요 아마 1~5정도는 되지 않을까

인터넷을 찾아보면 각종 한일교류회 등등이 많더군요
다도 체험이라거나 기모노 체험부터
교류회, 스터디 등등
수상한 곳에 걸리면 곤란하겠지만
저는 신중한 남자이니까 괜찮아요 저는 예리하면서 신중합니다

아무튼 교류회도 신청해보고
여차저차 있었는데 눈에 들어온게
'한일 교류회 및 정기 공부회 스탭을 모집합니다'
라는 뉘앙스의 내용이었습니다
아무튼 그래서 메일을 보냈더니
'그렇다면 월요일 공부회에 와주세요 자세한 얘기는 거기서'
라는 뉘앙스의 답신이 왔습죠
그래서 갔습니다 (4시간 넘게 자전거 타고 온 뒤에 밥먹고 샤워하고 헐레벌떡)

뭔가 건물에 들어서는 순간 보인건
길게 늘어선 줄 
우글우글
한국 분들이시더군요
전부 공부회에 참여하기 위해서 온 듯 했습니다

보통 때는 비율이 어느 정도 되는지 모르겠지만
어제는 2:1로 한국사람이 많았어요
아무튼 일단 뻘쭘하니까 줄 서서 기다리다가
제 차례가 오자 관계자로 추정되는 분께
'스탭 응모해서 왔습니다만'
이라고 말하자 
'지금은 공부회가 있으니까 일단 참가 한번 해보시겠어요?'

어버버 얼떨결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위에서 쓴 그대로
비율은 2:1
일본인 한명에 한국인 두명이 앉아서 일단은 서로 한국어, 일본어를 가르쳐주는건데
나눠준 프린트물이 무색하게 다들 프리토킹으로 웃음꽃을

저는 굉장히 인상이 좋은 아주머니 앞에 앉았습니다
우와 나도 즐거운 프리토킹이구나
생각했는데 제 옆에 앉은 한국분이 너무 잘하셔서
저는 그냥 고개를 끄덕이고 같이 웃기만 했습니다 허허허
(사실 몇마디 하기는 했지만 아무래도 일본어 실력이 차이가 나서
대화의 흐름이랄까 .......... 아무튼 흑흑 두고봐)
아무튼 굉장히 좋은 모임이구나, 싶은 생각을 했고 (굉장히 공부가 되는 기분이었어요)

여차저차 1시간 ? 2시간 ? ..... 공부회가 끝나고
정리를 돕고, 얼떨결에 스탭들과 섞여서
간단히 맥주를 마시러 
뭐, 아무튼 거창한 건 아니지만
즐거운 경험이 될 것 같아서
성실히 해보려고 합니다
........ 만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게 된다면 
당연히 아르바이트를 우선으로 해야하기 때문에
뭐 아무튼- 조만간 2월초에 교류회도 예정이 되어있다고 하더군요


3

외국인 등록증을 드디어 받았습니다
(물론 주소는 살짝 잘못 되어있지만 속닥속닥)
아무튼 구약소까지 나오고 보니 뭔가
집으로 바로 돌아가기는 싫어서
좋아 오늘도 멋진 기세로 달려보자 !
라고 했지만 신주쿠에서는 역시 페달 좀 밟으려면
앞을 막아선 멋진 수비수들 (길에 사람이 좀 많은가요)
아무튼 문제는 목적지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갑자기 추워지더군요
그냥 오늘은 서쪽으로 가보자 ...
라고 생각하다가도
아, 어제 서쪽에서 왔으니까 ... (무려 네시간)
라고 생각해서 남쪽으로 가보자
했지만 뭔가 ... 아, 그래도 시부야는 자주 가는데 ...
라는 생각에 어정쩡하게 페달을 밟다보니
밟다보니
밟다보니 ... 고탄다 

....... 어버버, 어느새 이렇게 내려왔지.
아무튼 생소한 동네라서 한번 둘러볼까 하는 생각을 했지만
그냥 집으로 돌아가자, 하고 다시 반대 방향으로
... 생각은 반대방향인데, 막 굉장히 어정쩡하게 달리다보니
막 ... 롯본기 지나고 오모테산도 지나고 ... 여차저차
아무튼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별로 크게 고생한 코스가 아니라서

간식과 주식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는
사실이 생각이 나서
뭘 만들어야겠다
라고 생각도 안하고 돌아가는 길에 돈키호테에 들러서
재료를 막 샀습니다 정말 앞뒤없이 샀습니다
소금, 설탕, 미원, 돼지고기, 슬라이스햄, 양파, 케찹, 마요네즈, 참기름

집에 와보니 룸메이트 형이 돌아와있길래
'제가 지금부터 김치찌개를 좀 해볼까 하는데
김치 좀 쓰겠습니다'
라고 당당하게 말하고 (그 전에 사전 작업으로 100엔샵에서 산 아이스크림 증정)

뭐, 김치 정도야 그냥 먹을 수 있는거 아니냐고 생각하겠지만
그게 좀, 좀 그런게
그 형은 음식을 전혀 못해서 (진짜 전혀 ...... 전혀 ........ 계란조차도 삶을 줄 모르고)
전혀 해먹을 생각이 없는 것 같은데
그 형 김치로 제가 뭘 만들어 먹기가 좀 ...
...... 아무튼 업ㅈㅇㅈㅂㅇㅈㅂㅇㅈ 복잡한 뭔가가 있습니다

아무튼 저도 뭐 김치찌개는 해본 적이 없지만
최초의 시도였고

완성이 되고 큰맘먹고 룸메이트 형에게
'식사 안하셨으면 같이 드세요'

진짜 맛있게 드시더군요 뭐, 내 돈으로 산 돼지고기 ... 내가 한 김치찌개 ...
이런 생각은 멀리 사라지고 뭔가 뿌듯한 기분 ? 
제 입에도 굉장히 맛있었습니다 신기할 정도로

아무튼 일본와서 처음으로 제대로 된 밥 먹은 기분이라
굉장히 뿌듯했습니다
만세 만세



... 아, 너무 길게 썼다
이제 끝

여기까지 다 읽으신 분이 있으면
칭찬해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