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속 부유층의 새로운 소비 패턴!

10년 넘게 불황에 시달리고 있는 일본이지만 여전히 잘 팔리는 고액상품들이 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고급품과 저가품의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에서도 일반 서민들의 사랑을 받는 저가격의 식품이나 옷은 널리 알려져 있지만 고가품의 경우는 누가, 무엇을 사는 지 제대로 알려져 있지 않다. 130억원대의 맨션과 팔억원짜리 자동차, 1천만원대의 샌들 등 한국과는 또 차원이 다른 일본의 고가상품의 실태는?

1. 없어서 못 판다!!
남성들의 최대 관심사는 역시 자동차! 일본에서 고급 자동차의 판매는 불황 속에서도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는 품목 중 하나다. 도쿄의 한 외제차 전시장에는 정오가 조금 지난 시간에도 여러 명의 고객이 카 세일즈맨과 상담하고 있었다. 1억원 이하짜리 차를 좀처럼 찾아볼 수 없는 이 곳은 페라리와 롤스로이스 등 유명 외제차를 취급하고 있는데 최근 판매가 크게 늘어나 연간 550대 전후를 판매하고 있다고 한다.

예컨대 신차의 경우 1600만엔(약 1억 6천만원)이나 하는 페라리의 자동차는 1년 동안 4300대가 생산되는데 이 중 250~260대의 차가 일본에 배정된다. 하지만 관계자에 따르면 이 정도 차를 살 수 있는 자신을 지닌 일본인은 수만명인 데다 그 중에서 페라리를 타고 싶어하는 사람은 수천명에 달하기 때문에 공급에 비해 수요가 넘치는 상황이라고 한다. 때문에 1675만엔~1930억엔이나 하는 페라리의 인기 차종 [360]은 예약 후 차를 인수할 때까지 8개월이나 기다려야 할 정도이다.

2. 물건이 아니라 문화를 사는 사람들?
이런 고급차를 구매하는 주체는 40대 후반에서 50대 남성으로 사업체 대표나 의사, 프로스포츠 선수들이 많다. 최근에는 IT분야를 통해 크게 성공한 젊은 사업가들이 이 대열에 가세했다. 이들은 좋은 물건을 갖기 위해서는 돈에 구애받지 않지 않으며 차가 아니라 문화를 구입한다는 의식이 있다. 때문에 딜러들은 철저한 애프터서비스를 할 뿐만 아니라 때론 손님을 딜러가 선택하는 경우도 생긴다.

3. 10억엔대의 맨션 속속 분양
또한 올 해 일본에서는 10억엔대의 맨션이 속속 분양을 발표해 세간을 놀라게 했다. 제일 먼저 선을 보인 것은 노무라부동산(野村不動産)의 초호화판 맨션 [더·하우스 미나미아자부(ザ·ハウス南麻布)]. 유서 깊은 접객시설 [미장각(米藏閣)]의 부지에 건설 중으로 분양가는 최고 12억 7000만엔에 달한다. 또한 미츠이부동산(三井不動産)은 교코(皇居)가 내려다 보디는 옛 페어몬트호텔 부지에 [파크 맨션(パ-クマンション)]의 건설을 추진하고 있는데 분양가는 13억엔대다. 이렇듯 10억엔대의 맨션이 판매되는 것은 거품경제기 이후 거의 10년 만이다.

고급 맨션의 구입자는 50대, 60대의 노부부가 많다. 또한 기업경영자와 개업의, 변호가가 주 고객층인 이 맨션의 입주 예정자 중에는 맨션이 지어지기 전에 벚꽃이 필 무렵 반드시 페어몬트호텔에 투숙했던 사람도 있을 정도. 또 10억엔대의 맨션 두 집을 사들여 벽을 터서 넓게 사용하는 이들도 있다고 한다.

4. 빼어난 경치와 철저한 경비 시스템이 비결!
이런 맨션들의 가장 큰 특징은 주변에 빼어난 경관을 지닌 공원이 배치되어 있어 훌륭한 조망권을 갖췄다는 점. 반면 교통이 불편하다는 단점이 있긴 하지만 이 역시 장보기 대행서비스와 집사 시스템 등으로 일상 생활의 편리성을 지원하고 있다. 집사 시스템은 하와이의 유명 호텔 [하레쿠라니(ハレクラニ)]에서 연수를 받은 스태프들이 전구 교환에서 사진 현상, 짐 운반까지 세세한 생활사를 돌봐주는 것이다.

경비 체제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오토록은 입구 뿐만 아니라 각 층에도 설치되어 있어 거주자 외에는 전혀 출입할 수 없도록 했다. 또한 24시간 내내 경비원이 대기하고 있다가 창에 달려 있는 방범 센서나 방 안의 사람감지센서에 문제가 생기면 곧바로 대응할 수 있도록 했다.

5. 1350만원짜리 신발? 가족 동반 구입도 많아!
올 봄 도쿄(東京) 긴자(銀座)에 매장을 오픈한 '살바토레 페라가모(サルヴァト-レ フェラガモ)'는 긴자 매장 오픈을 기념해 한 켤레에 135만엔 하는 고급 샌들 마하라니(マハラニ)를 선보였다. 이 샌들은 1938년 이 브랜드의 창시자 살바토레 페라가모가 마하라니 왕녀를 위해 만든 구두를 모티프로 한 것으로 고급 가죽과 스왈로프스키의 크리스탈을 사용해 만들어진 것이라고 한다.

또한 페라가모 긴자점에서는 '코레티오네 밤비노(コレツィオ-ネ バンビ-ノ)'라는 새로운 브랜드를 세계 최초로 소개하고 있다. 밤비노는 이탈리어로 어린이라는 뜻으로 부모와 아이가 같은 디자인의 구두를 신도록 하는 것인데 이 매장에는 할머니와 어머니, 아이가 함께 와 같은 디자인의 구두를 사서 신고 가는 가족 나들이 고객이 많다고 한다.

6. 50대~60대의 회사 소유주가 나만의 것을 찾는다?!
그렇다면 고가품의 주요 소비자는 어떤 계층의 사람들일까? 먼저 연령면에서는 50~60대가 중심이다. 이 세대는 아이들의 교육과 주택 할부를 다 끝내 상대적으로 금전적 여유가 있는 계층이다. 20대는 아예 돈이 없고 30대와 40대는 연금과 고용 등에서 미래에 대한 불안이 많아 지갑을 열지 않는 반면 50대 이상의 세대들은 평생 모운 자산을 쓸 때라는 생각이 강하다.

두번째로는 회사를 소유하고 있는 사람들이 압도적으로 많다. 월급 사장에 비해 창업자나 오너 경영자가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자금이 더 많다는 걸 반증한다. 하지만 기업의 수익악화로 월급 사장과 노동자들의 임금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인 만큼 시사하는 바가 크다. 세번째로 고가상품의 구매 패턴의 특징은 대부분 한정상품이 많다는 것. 즉 돈이 있어도 살 수 없도록 함으로써 상품의 구입자들이 이들 상품의 소유를 자신의 지위를 드러내는 것으로 느끼게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한 전문가는 "불황일 때에 윤택한 생활을 보내는 것은 안된다는 의식이 변하고 있다. 이제 일본의 자산가들은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돈을 쓰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많은 저금을 가진 부유층의 경우 디스플레이션으로 현금의 가치가 치솟게 되어 실질적으로 자산이 더욱 늘어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소비를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