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월에 일본에 유학을 온 신정아(여·23)씨.
그가 일본 생활 을 준비하며 가장 중점을 뒀던 부분은 ‘예절’이었다.
일본에서 몇 년 동안 산 사람들은 한국에 돌아와서도 사람들과 어깨만 스치면
스미마셍’을 연발하게 될 정도라는 경험담을 들었기 때문이다.
그 때 마음에 새긴 일본식 예절로 인해 지금은 무난히 일본생활을 하고 있다. 일본에서 원만히(?) 적응하려면 다른 말은 몰라도 이 ‘스미마셍 ’만 알면 된다는
얘기가 있다. 사실 이 표현에는 여러 가지 의 미가 들어있다.
우리말로 해석하면 무려 세 가지의 뜻을 가지는 데, 첫째는 “실례합니다”,
둘째는 “고맙습니다”, 셋째는 “ 미안합니다”이다.
처음 일본에 와서 이 표현 때문에 너무 혼란스러웠는데, 복잡한 거리에서 어깨를
부딪친 사람도, 뭔가 말을 거는 사람도, 전철에 서 떨어진 지갑을 주워 줘도 모두
이 “스미마셍”이라고 했기 때문이다.
나중에야 이 ‘만능 언어’의 효용성을 실감하고 남용 하고 다니지만 말이다.
일본인들은 정말 인사성이 밝다.
좁은 길을 자전거로 달리다 보 면 마주 오는 자전거에 탄 사람들이 연방 고개를
꾸벅거리는 것 을 쉽사리 볼 수 있다.
심지어 자기가 먼저 길을 비켜주면서도 말이다.
또 골목길에서 자동차가 불쑥 나올 때 역시 연방 꾸벅거 리며 인사하는 운전자를
발견할 수 있다. 웬만한 가게에서는 들 어갈 때와 나갈 때 주인이 너무나 깍듯이 인사를
해 아무것도 사지 않으면 미안할 정도다.
기치조지에서 일본어를 가르치고 있는 아라키 마리코(여·27·荒木理子)는 “일본인들은
다른 사람에게 방해가 되는 행동을 꺼리고 방해를 받고 싶어 하지도 않는다”고
일본인들의 인사성 밝은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작년에 한국을 여행한 경험이 있다며 말문을 열었다.
“한국의 거리를 걷고 있을 때 많은 사람들과 부딪쳤다.
나는 연실‘죄송합니다’를 연발하는데 한국 사람들은 대부분 무시하고 어느 때는
째려보는 사람까지 있어서 무서웠다.
문화의 차이라고 생각하지만 ‘한국에서 어깨를 조심하라’는 언론보도가 사실 이어서
정말 놀랐다”며 이유를 물었다.
필자는 할말이 없었다. 왜 그럴까? 기분 좋게 “죄송합니다”하면서 지나칠 수는 없을까?
한성규(한양대·일본기치죠지에서 연수중) sunggyu@nate.com
2003년 05월 31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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